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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데스 왕과 왕비 마리안느

by 쉼표 하나 2007.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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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데스 왕과 왕비 마리안느

예루살렘 왕 헤로데스가 로마로 떠나게 되었을 때, 헤로데스 왕은 누이
슬라미트와 남편 조셉과 에툴리아 사람 소에므스에게 왕비 마리안느에 관한
일을 은밀히 당부하였다. 은밀한 당부란 다름 아니라, 만일 헤로데스가 살아오지
못하게 되면 아내 마리안느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지 못하도록 죽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조셉이 그만 마리안느에게 누설하게 되었다. 마리안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깊은 슬픔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헤로데스 왕이 로마에서부터 무사히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왕은 왕비에게 로마에서 보고 왔던 장대하고 화려한 광경을 들려 주었다.
그러나 왕비는 예전처럼 즐거워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남편 앞에서
남편 쪽의 친척에 대한 악담을 퍼붓기를 예사로 하였다. 왕비를 무척 사랑하는
헤로데스인지라 그런 아내의 태도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
어느 날, 마리안느는 헤로데스의 누이 슬라미트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싸우던 중 마리안느는 슬라미트에게 크게 모욕을 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슬라미트는 오빠인 왕에게 가서 중상모략을 하였다.
"왕이시여, 왕만 모르고 계십니다. 대왕께서 로마에 가있는 동안 제 남편
조셉과 마리안느가 정을 통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안느가 깨끗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헤로데스는 누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불손한 태도에 대해서만은 따져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왕비를 불렀다.
"당신은 전과 많이 변했소. 당신은 왜 전과같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요?"
왜 나를 미워하지? 나는 세상 어느 여자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단 말이오."
"저를 그렇게 사랑하신 다니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군요. 당신은 로마의 아우구르투스 황제에게
떠나던 그날, 저를 죽이라고 조셉에게 명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왕은 찔끔했다.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졌으나 반대로 그는
마리안느에게 거칠게 소리쳤다.
"분명해. 슬라미트의 말이 맞아.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잇는 것은 조셉, 그놈과
같이 잤기 때문임에 틀림없어!"
왕은 그 이후로 왕비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슬라미트는 헤로데스 왕이 자기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왕의 시종을 몰래 불러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독을 가지고 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여라. '왕비께서 이것을 전하에게
갖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사랑의 명약으로 전하의 마음을 다시
왕비님께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드시옵소서'라고."
슬라미트는 심부름을 시키며 그 시종에게 많은 금과 은을 주었다. 시종은
헤로데스 왕에게로 가서 슬라미트가 시키는 대로했다.
시종의 말을 들은 대왕은 그로부터 잔을 받았다. 그러나 왕비로부터 마음이
멀어진 대왕은 그 약을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헤로데스 왕은 사형수를 불러
그것을 마시도록 명하였다. 약을 마신 사형수는 얼굴이 파랗게 되더니 이내
죽고 말았다.
헤로데스 왕은 왕비 마리안느와 누이의 남편인 조셉과 소에므스를 당장
잡아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시종도 잡아들여 그 독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털어놓도록 명령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왕님께서 대왕님께 갖다드리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했을 뿐입니다. 다만 얼마 전에 조셉님에게서 어떠한 얘기를 들은 후부터
왕비님께서 대왕님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듯했사옵니다만...."
"이런 못된 것들이 있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왕은 조셉과 소에므스를 처형하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마리안느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흔 명의 장로로 하여 그녀를 심판하도록
했다.
그 소식을 듣게 된 슬라미트는 후환이 두려워 왕 앞에 나아가 말했다.
"마리안느는 왜 그냥 두십니까. 재판을 하는 것도 좋지만,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를 하루라도 더 살려두신다면 백성들은 전하에게 반기를 들것입니다.
그리고 혹 마리안느를 지지하는 자들이 불순한 일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마시고 이 기회에 한꺼번에 처형해 버리십시오."
이미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헤로데스는 누이의 의견을 듣자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비 마리안느도 같이 끌고 가 사형을 시키도록 해라."
한때는 너무나 사랑하던 왕비였으나 헤로데스 왕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말았다. 마침내 마리안느는 교외에 있는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녀가 막 형장에 이를 무렵, 군중들이 마리안느의 행동거지를 욕하기
시작했다.
"빨리 끌고 가 죽이시오. 지아비를 배반한 년은 저런 꼴을 당하는 게
마땅하오."
어떤 여인의 욕지거리가 있자 그 뒤를 이어 다른 여인들도 마리안느를 욕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그들은 마리안느가 그저 질 나쁜 화냥년으로만
생각되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마리안느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형대를 향해 걸었다. 공포도 불안도 없이 당당하게 죽음을 향해 가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백성들에게 왕족으로서의 고귀한 기품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칼날 앞에 머리를
내밀어 죽음을 맞이했다.
사실 마리안느는 미모와 품위 그리고 신에 대한 공경심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
고고한 성품의 여자였다. 다만 그녀에게는 겸양의 미덕이 부족했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남편을 저주했던 것이다.
주님은 죄없는 마리안느를 사형시킨 것에 대한 벌로 왕실의 사람들에게 나쁜
질병을 내렸다. 주님의 벌을 받은 헤로데스 왕가는 왕의 시종, 병사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으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태의 도시 대부분에
몹쓸 질병이 퍼졌다.
몹쓸 병마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맛보게 된 왕은 예언가를 불러 불행이
유태나라를 휩쓸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예언가는 마리안느의 억울한
죽음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헤로데스 왕은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님이시여, 한 여인의 원혼 때문에 당신의 백성들이 얼마나 더
죽이셔야겠습니까? 저도 지금은 아내를 죽인 것을 후회하고 있사오니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
헤로데스 왕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주님은 그의 기도를 받아들여 그토록
극성이던 질병을 그치게 했다.
마리안느의 억울함을 뒤늦게 알게 된 왕은 그녀를 죽인 것을 가슴 깊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노여움은 사모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
사모함은 날마다 커져 마음의 병이 되었다.
그는 마치 아내가 곁에 있는 것처럼 그녀의 자리를 자신의 옆에 만들게 하고,
그녀를 위해 음식을 차리도록 하고 가끔 그녀의 이름도 다정스럽게 불렀다.
그러기를 한참, 마침내 그는 깊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그것은 젊을 때 결혼하여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이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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